부모가 전세를 얻어주고 자녀만 살면 증여세는 어떻게 매겨질까
부모 명의로 전세계약을 맺고 자녀만 그 집에 산다면, 증여세를 어느 조문으로 신고해야 하는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후보가 셋 있고 계산식도 문턱도 다릅니다. 조세심판원은 보증금반환채권을 누가 보유하는지로 갈랐습니다. 다만 과세관청은 신고 단계에서 다른 조문을 적용합니다.
같은 사실관계에 조문이 셋 걸립니다
어머니가 자녀 거주용으로 전세를 얻어주고 자녀가 3년간 그 집에 살았습니다. 이 사안에서 세 조문이 후보로 나옵니다.
| 조문 | 무엇으로 보는가 |
|---|---|
| 상증법 제37조 | 타인이 소유한 부동산을 무상으로 사용 |
| 상증법 제41조의4 | 전세보증금 상당의 금전을 무상으로 대출 |
| 상증법 제42조 | 부동산 임대용역을 무상으로 제공받음 |
계산 단위부터 다릅니다. 제37조는 5년분 이익을 환산해 한 번 따지고, 나머지 둘은 1년 단위로 끊어 매년 따집니다.
실제 사건에서 세 주체가 각각 다른 조문을 들었습니다. 납세자는 제37조로 증여세를 기한후신고했습니다. 조사청은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 실질과세를 들어 이를 부인하고 제41조의4로 경정했습니다. 자력 있는 성년 자녀가 살 집을 어머니가 대신 임차하고 보증금을 대신 냈다고 본 것입니다. 조세심판원은 다시 제42조로 경정하라고 결정했습니다(조심-2025-소-3450, 2026.7.15.). 세금이 없어지지는 않았고 적용 조문과 계산만 바뀌었습니다. 나머지 청구는 기각됐습니다.
심판원이 본 것은 보증금반환채권의 주인입니다
그 사건의 계약 구조가 이렇습니다. 어머니는 본인 명의로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본인 계좌에서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했으며 본인 명의로 확정일자를 받았습니다. 정작 그 집에는 자녀들만 거주했지요.
심판원은 여기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어머니가 보유한다는 점을 짚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그 집의 사용·수익권자이고, 자녀들은 그 사용·수익권을 증여받아 무상으로 사용·수익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산의 사용 또는 용역의 제공에 의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시가와 대가의 차액을 말한다)을 그 이익을 얻은 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 다만,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금액 미만인 경우는 제외한다. 1. 타인에게 시가보다 낮은 대가를 지급하거나 무상으로 타인의 재산(부동산과 금전은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 3. 타인에게 시가보다 낮은 대가를 지급하거나 무상으로 용역을 제공받음으로써 얻은 이익
제1호가 재산의 무상사용을 다루면서 괄호로 부동산과 금전을 빼 둡니다. 그래서 부동산을 무상으로 쓴 이익은 제1호로 들어가지 못하고, 용역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이익을 다루는 제3호가 적용됩니다.
심판원이 조사청 주장을 물린 근거도 분명합니다. 사용·수익권을 증여한 것과 보증금 상당의 금전을 무상대여한 것은 당사자들 사이에서 법적 형식과 효과가 다르고 회수가능성에서도 중요한 차이가 있으니, 조세회피 목적으로 가장거래를 했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으면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과세관청이 임의로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과세요건은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하고, 납세자가 고른 법률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존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들었습니다(대법원 2015.9.10. 선고 2015두41937, 대법원 2001.8.21. 선고 2000두963).
제37조는 소유자에게만 걸립니다
납세자가 신고한 제37조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조문이 "타인의 부동산"을 무상으로 사용한 경우를 대상으로 하는데, 어머니는 그 집의 소유자가 아니고 임차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가진 것은 소유권이 없는 사용·수익권입니다.
이 차이를 놓치면 신고 자체가 빗나갑니다. 실제 그 사건에서 납세자는 제37조로 기한후신고와 납부까지 했는데 과세관청이 그것을 부인하고 다시 결정했습니다.
아직 확립된 기준은 아닙니다
심판원 결정이 그렇게 나왔다고 해서 신고 단계에서 제42조가 당연히 받아들여지지는 않습니다. 과세관청은 2023년 10월에 같은 취지의 결정이 나온 뒤에도 같은 구조를 제41조의4로 과세했습니다. 2026년 결정의 사안이 바로 그 경우입니다. 이 쟁점으로 법원까지 간 판단도 아직 없습니다.
같은 구조에서 제41조의4 과세를 유지한 결정도 있습니다(조심-2023-서-3135, 2023.4.26.). 다만 그 사건은 납세자가 제42조를 주장하지 않아 심판원이 제42조 적용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결정이 서로 부딪힌 것은 아니고 다투어진 범위가 달랐을 뿐입니다.
그래도 심판원 결정은 두 건 다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2023년 10월에는 부친이 자녀들의 부양과 주거를 위해 전세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임차권을 무상제공한 것으로 보았습니다(조심-2023-서-7797, 2023.10.25.). 2026년 결정은 근거를 한 걸음 옮깁니다. 조사청이 "자력 있는 성년 자녀들이 각자 가정을 이뤄 따로 살고 있어 부양 목적으로 임차할 이유가 없다"고 다퉜는데도 심판원은 제42조를 적용했습니다. 부양 목적이 아닌 계약 구조를 본 것입니다.
자금이 실제로 계좌로 넘어간 경우에 제41조의4를 적용한 사례는 배우자 차용과 증여세 경정에 있습니다.
세액은 곱하는 대상이 다릅니다
조문이 달라지면 계산식이 바뀝니다. 그런데 무엇에 곱하는지가 달라서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사안마다 달라집니다.
- 제41조의4는 대출금액에 적정 이자율(연 4.6%)을 곱합니다. 이 계산은 가족 간 차입금과 차용증에 정리했습니다.
- 제42조는 무상으로 제공받은 용역의 시가 상당액입니다. 시가는 유사한 상황에서 불특정다수인 간 통상적인 지급대가로 보고, 그것이 불분명하면 부동산 임대용역은 부동산가액에 연 2%를 곱합니다.
전세보증금과 주택가액은 금액이 다릅니다. 통상적인 지급대가가 확인되면 그 값이 먼저이고, 없을 때 부동산가액 기준으로 내려갑니다. 두 방식을 모두 계산해 보셔야 합니다.
제41조의4의 1천만원도 짚어 두겠습니다. 이것은 빼 주는 금액이 아니라 문턱입니다. 미달하면 아예 과세하지 않지만, 넘으면 1천만원을 떼는 게 아닙니다. 계산된 이익 전체가 증여재산가액이 됩니다. 제37조는 문턱이 1억원이고 5년분 환산이라 단위가 또 다릅니다.
인터넷에는 전세보증금에 이자율을 곱해 역산하면 보증금 3억 4,000만원까지는 증여세가 없다는 설명이 돌아다닙니다. 현행 조문은 그렇게 계산하지 않습니다. 제42조는 용역의 시가로 계산하고, 시가가 불분명하면 보증금 대신 부동산가액에 연 2%를 곱합니다. 주택가액이 8억원이면 그 자체로 연 1,600만원이 되어 문턱을 이미 넘습니다.
놓치기 쉬운 지점
- 부모가 계약하면 증여세가 없다. 조문만 달라집니다. 무상으로 쓴 이익에는 증여세가 나옵니다.
- 보증금에 이자율을 곱해 3억 4,000만원까지는 괜찮다. 그 계산은 현행 조문에 없습니다.
- 한 번 신고하면 끝이다. 전세를 갱신하며 계속 살면 해마다 새로 증여받은 것으로 보므로 그때마다 신고를 다시 해야 합니다.
- 심판원이 유리하게 봐 주는 흐름이다. 과세관청 실무는 아직 제41조의4입니다. 다투어서 바뀐 사안이지 신고하면 받아들여지는 구조가 아닙니다.
근거 법령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7조(부동산 무상사용에 따른 이익의 증여), 제41조의4(금전 무상대출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 제42조(재산사용 및 용역제공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 제43조(증여세 과세특례)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27조(부동산 무상사용 이익의 계산·기준금액 1억원), 제31조의4(적정 이자율·기준금액 1천만원), 제32조(용역 무상제공 이익의 계산·기준금액·용역의 시가)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 제10조 제2항(부동산 임대용역 시가 산정률 연 2%)
- 국세기본법 제14조(실질과세)
- 조심-2025-소-3450(2026.7.15.) · 조심-2023-서-7797(2023.10.25.) · 조심-2023-서-3135(2023.4.26.)
- 대법원 2015.9.10. 선고 2015두41937 · 대법원 2001.8.21. 선고 2000두963
같은 결정의 다른 쟁점인 소급감정은 상속·증여 사후 감정평가에서 다룹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 이름으로 전세계약을 하고 부모님이 보증금만 보내주셨습니다.
A. 금전 무상대출로 보게 됩니다. 계약 당사자가 본인이고 보증금반환채권도 본인에게 있으면 부모님이 돈을 빌려준 구조에 가깝습니다. 2023년 4월 심판원 결정도 그렇게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대출금액에 연 4.6%를 곱한 금액이 1천만원 미만이면 과세되지 않습니다.
Q. 부모님 명의로 계약하면 증여세를 피할 수 있나요?
A. 피하지 못합니다. 조문이 제41조의4에서 제42조로 옮겨갈 뿐이고, 무상으로 얻은 이익에는 증여세가 나옵니다. 보증금을 채무로 넘기는 부담부증여와도 다른 경로입니다.
Q. 3년을 살았으면 한 번만 과세되나요?
A. 해마다 다시 계산합니다. 두 조문 모두 기간이 1년 이상이면 1년이 되는 날의 다음 날에 매년 새로 받은 것으로 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전세를 갱신하며 계속 거주하면 그만큼 증여 시점이 반복됩니다.
Q. 증여세 신고를 안 했는데 나중에 문제가 되나요?
A. 위 사건이 그렇게 드러났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상속세 조사에서 쟁점이 됐고, 보증금반환채권이 상속재산에 들어가면서 그 돈의 성격을 함께 따지게 됐습니다. 미리 정리하지 않으면 상속세와 증여세를 한꺼번에 다투게 됩니다.
Q. 두 조문이 동시에 걸리면 어떻게 되나요?
A. 제43조 제1항은 하나의 증여에 여러 규정이 동시에 적용될 때 이익이 가장 많게 계산되는 것 하나만 적용하도록 정합니다. 다만 이 사건은 어느 쪽이 큰지를 고른 것이 아니라 금전 대여인지 용역 제공인지의 성질을 가린 것입니다. 계약서상 임차인이 누구인지, 보증금이 누구 계좌에서 나갔는지, 확정일자를 누구 이름으로 받았는지가 그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