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차용증 없이 산 아파트, 증여세가 다시 계산된 이유
차용증이 없거나 사본뿐이어도, 실제로 갚은 사실이 계좌로 확인되면 증여가 아니라 차입입니다. 조세심판원은 부부 사이 자금 이동에 제3자 거래와 같은 정도의 형식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보고, 취득자금 전액을 증여로 본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했습니다(조심 2026중1355). 다만 차입으로 인정돼도 무이자로 빌린 부분에는 상증법 제41조의4에 따른 증여세가 별도로 계산됩니다.
부부 한쪽 명의로 집을 사면서 자금은 다른 쪽이 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자금출처조사에서 그 돈을 증여로 보면, 취득자금 전액에 증여세가 매겨집니다. 이번 조세심판원 결정은 이 상황에서 무엇이 증여와 차입을 가르는지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차용증의 형식이 아니라 돈이 오간 전후 흐름을 봤습니다.
01. 차용증이 없어도 갚은 사실이 계좌로 확인되면 차입이다
조세심판원은 2026년 8월 12일 배우자 자금으로 취득한 아파트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을 다시 계산하라고 결정했습니다(조심 2026중1355). 결론은 하나입니다. 취득자금 전액을 증여로 본 것은 잘못이고, 배우자로부터 빌린 돈으로 보아야 한다.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무실적 사업자인 청구인이 2019년과 2022년에 용인·성남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매매잔금과 취득세를 전액 배우자 자금으로 지급했습니다. 배우자는 대기업에 근무하며 수억원의 근로소득을 받아온 사람입니다. 속초세무서가 자금출처조사를 벌인 뒤, 분당세무서장이 2025년 8월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2022년 증여분 증여세를 결정·고지했습니다.
청구인은 이의신청을 거쳐 심판청구를 냈고, 심판원은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갈림은 결국 하나였습니다. 계좌로 확인되는 상환 흐름이 있었느냐입니다.
02. 처분청이 증여로 본 근거
처분청은 상증법 제45조제1항의 재산 취득자금 증여추정을 적용했습니다. 재산 취득자의 직업·연령·소득·재산 상태로 볼 때 자력으로 취득했다고 보기 어려우면, 그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입니다. 청구인은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소득이 없었습니다. 배우자는 그 자금을 댈 재력이 있는 고액연봉자입니다.
차용증은 사본만 제출됐습니다. 공증인법에 따른 법원 사서의 공증은 없었습니다. 원본도 스캔 파일뿐이라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부부는 계약서를 언제든 만들 수 있어 차용증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것이 처분청 판단입니다.
배우자·직계존비속 간의 금전소비대차는 차용 및 상환 사실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지 아니하는 한 원칙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과세관청 내부 해석기준입니다. 기본통칙은 법령이 아니라 국세청의 사무처리 기준이며, 처분청은 여기에 대법원 2001.11.13. 선고 99두4082 판결을 함께 들었습니다.
처분청 논리를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근거 | 내용 | 근거 조문 |
|---|---|---|
| 증여추정 | 무실적 사업자라 자력 취득으로 보기 어렵고, 배우자는 자금을 댈 재력이 있다 | 상증법 §45①, 시행령 §34① |
| 차용증 부인 | 사본만 있고 공증 없음, 원본 미제출, 부부는 계약서를 언제든 작성 가능 | 기본통칙 45-34…1, 대법원 99두4082 |
| 이자 부인 | 약정이자와 지급액이 다름, 지급일 불규칙, 이자가 아니라 생활비 이체로 보임 | 사실관계 판단 |
03. 결론을 바꾼 것은 계좌에 남은 상환 흐름이다
심판원은 차용증의 형식을 먼저 따지지 않았습니다. 가족 사이 금전거래는 제3자 거래와 달리 차용증 같은 형식 서류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서류의 존부만으로 소비대차 여부를 단정할 것이 아니라 자금 이체 경위와 이후 상환 여부 등 거래의 전후 사정을 종합해 실질을 판단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부부 사이 차용도 인정되나
이 결정은 부부가 생활공동체이자 경제적 공동체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 자금 이동에 제3자 간 소비대차와 같은 정도의 엄격한 형식을 요구하면 불합리합니다. 차용증·이자지급 내용 같은 구체적 증빙이 없더라도, 실제로 상환했다면 금융거래로 변제된 구체적 사실만큼 그 돈의 성격을 확인해 줄 객관적 자료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결정을 가른 사실은 하나입니다. 청구인은 세무조사와 부과처분이 있기 전인 2023년 11월 21일 아파트를 양도하면서, 양도대금이 입금되자 즉시 전액을 배우자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이 이체가 금융거래내역으로 객관적으로 확인됐습니다.
양도대금을 이렇게 빠르게 배우자에게 돌려준 흐름을 보면, 당초 이체받은 돈은 증여가 아니라 상환을 전제로 받은 차입금입니다. 증여받은 돈이라면 배우자에게 돌려줄 법률적·경제적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돌려주면 이번에는 배우자가 별도의 증여세를 부담합니다. 그런 상황을 스스로 만들 사람은 없다고 보았습니다.
04. 차입으로 인정돼도 무이자 부분에는 증여세가 남는다
이 결정의 주문은 증여세를 없애라는 것이 아닙니다. 취득자금 전액을 증여로 본 처분을 상증법 제41조의4를 적용해 다시 계산하라는 경정 결정입니다. 무이자 또는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리면, 그 이자 상당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봅니다.
무상으로 대출받으면 대출금액에 적정 이자율을 곱한 금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봅니다. 적정 이자율은 연 4.6%입니다(상증령 §31조의4①, 상증칙 §10조의5, 법인칙 §43②). 다만 그 금액이 1천만원 미만이면 제외합니다(상증령 §31조의4②).
1천만원을 4.6%로 나누면 약 2억 1,739만원입니다. 무이자로 빌린 원금이 2억 1,739만원 이하면 연간 이익이 1천만원 미만이라 이 규정으로는 과세되지 않습니다. 그 위라면 대출금액 전체에 4.6%를 곱한 금액이 증여재산가액입니다. 대출기간이 1년 이상이면 1년이 되는 날의 다음 날에 매년 새로 빌린 것으로 보아 다시 계산합니다(상증법 §41조의4②).
배우자에게 무이자로 빌리면 증여세 얼마
세부담 규모가 처분청 방식과 크게 다릅니다. 배우자로부터 5억원을 무이자로 빌린 경우를 가정해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 구분 | 처분청 방식 (취득자금 전액 증여추정) | 심판원 경정 (무상대출이익) | 근거 조문 |
|---|---|---|---|
| 증여재산가액 | 5억원 (취득자금 전액) | 2,300만원 (5억 × 4.6%, 1년분) | §45①, §41조의4 |
| 공제 | 3천만원 (합산배제) | 배우자 6억원 | §55①3호, §53제1호 |
| 산출세액 | 약 8,400만원 | 0원 (공제 이내) | §26, §56 |
위 금액은 5억원 무이자 차입을 가정하고, 10년 내 다른 증여가 없다고 보아 계산한 예시입니다. 처분청 방식 산출세액은 과세표준 4억 7천만원 × 20%에서 누진공제 1천만원을 뺀 값으로 계산했습니다. 실제 세액은 차입 금액과 기간, 이전 증여 이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취득자금을 증여로 추정하면 그 취득자금은 합산배제증여재산으로 분류돼 배우자 공제 6억원을 쓰지 못하고 3천만원만 공제됩니다(상증법 §47①, §55①3호). 반면 무상대출이익은 합산배제 대상이 아니라 배우자 증여재산공제 6억원을 적용받습니다(상증법 §53제1호). 차입으로 인정받으면 세부담이 줄어드는 핵심이 여기에 있습니다.
05. 이자 지급 주장이 인정받지 못한 지점
차용증 있어도 증여세 나오는 이유
이 사건에서 이자 증빙은 오히려 부실했습니다. 청구인이 이자로 지급했다는 금액은 약정이자와 달랐고 지급일도 불규칙했습니다. 이자를 준 흔적이라기보다 자녀 교육비·생활비를 이체한 것으로 보이는 적요입니다. 결국 차용증 이자지급 내역으로는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청구는 받아들여졌습니다. 이 대목이 실무에서 중요합니다. 인용의 핵심은 이자가 아니라 원금의 실제 상환이었습니다. 양도대금을 곧바로 배우자에게 돌려준 흐름이 계좌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차용증과 이자 증빙만 갖추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무조사에서 결정을 가르는 것은 원금이 실제로 오가고 되돌아간 흐름입니다.
잔존 채무가 남아 있어도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공동으로 소유한 다른 아파트의 향후 처분대금 등으로 갚을 여지가 있고, 설령 배우자가 나중에 채무를 면제해 주더라도 그 채무면제일을 기준으로 별도의 증여세 과세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고 보았습니다. 일부 상환 정황이 있는데도 지급받은 시점에 미리 증여로 단정해 과세하면 불합리합니다.
06. 자주 하는 오해
| 오해 | 실제 |
|---|---|
| 부부 사이 차용은 원칙적으로 인정 안 된다 | 기본통칙은 그렇게 정하지만 이는 과세관청 내부 기준이다. 상환 사실이 계좌로 확인되면 차입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
| 공증받은 차용증만 있으면 안전하다 | 이 사건은 사본 차용증에 이자 증빙도 부실했지만 인용됐다. 원금이 실제로 오가고 되돌아간 흐름이 더 중요하다 |
| 차입으로 인정받으면 증여세는 0원이다 | 무이자로 빌린 부분에는 상증법 §41조의4 증여세가 계산된다. 다만 배우자 공제 6억원 안에 들어오면 낼 세액이 없을 수 있다 |
| 증여추정으로 과세돼도 배우자 6억 공제를 받는다 | 취득자금 증여추정은 합산배제증여재산이라 3천만원만 공제된다. 결정통지서의 적용 조문이 §45인지 §41조의4인지 확인해야 한다 |
정리하면
차용증이 사본뿐이고 이자 증빙이 부실해도, 원금을 실제로 갚은 흐름이 계좌로 확인되면 증여가 아니라 차입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결정은 부부가 경제적 공동체라는 점을 근거로, 제3자 거래와 같은 정도의 형식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결정을 가른 사실은 양도대금을 곧바로 배우자에게 돌려준 이체 내역이었습니다.
다만 무이자로 빌린 부분에는 상증법 제41조의4에 따른 증여세가 남고, 그 계산 방식이 취득자금 전액을 증여로 보는 것과 크게 다릅니다. 자금출처조사 통지를 받았거나 배우자·가족 자금으로 부동산을 취득할 계획이 있다면, 증빙을 갖추는 순서와 자금 흐름 설계를 미리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적정 이자율로 빌릴 때의 최소 이자와 무이자 한도는 가족 간 차용 이자 계산기로 먼저 확인해 보셔도 됩니다.
Q. 부부 사이 차용도 세무서에서 인정받을 수 있나요?
A. 상환 사실이 계좌로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결정은 차용증이 없거나 사본뿐이어도 실제 상환 흐름이 있으면 차입으로 본다는 취지입니다(조심 2026중1355). 다만 개별 사안은 자금 이동의 전후 사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Q. 차입으로 인정받으면 증여세를 전혀 안 내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무이자 또는 낮은 이자로 빌리면 이자 상당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봅니다(상증법 §41조의4). 무이자 원금이 약 2억 1,739만원 이하면 연간 이익이 1천만원 미만이라 과세되지 않습니다.
Q. 무상대출이익 증여세는 얼마나 되나요?
A. 대출금액에 연 4.6%를 곱한 금액이 증여재산가액입니다(상증령 §31조의4, 법인칙 §43②). 배우자로부터 빌렸다면 증여재산공제 6억원을 적용받으므로, 10년 내 다른 증여가 없으면 상당한 금액까지 낼 세액이 없을 수 있습니다.
Q. 자금출처조사 통지를 받으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A. 자금이 오간 계좌 내역과 상환 흐름을 시간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차용증만 뒤늦게 만드는 것보다, 원금이 실제로 이동하고 되돌아간 흐름을 금융거래로 보여주는 편이 결정에 더 힘이 됩니다.


